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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저희가 다 작가들이라 주로 인터뷰이였던 입장이에요. 매끄럽지 않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릴게요. 우선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양효주 : 생각보다 되게 젊으시네요. 저는 트윈피그1)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요, 친구와 둘이서 5년 정도 되었어요. 기본적으로 패턴을 만들고 때로는 파우치나 앞치마… 아이템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때에 따라 다릅니다. 외주로도 (패턴을 포함한) 디자인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30% 정도는 전시의 형태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1) 박소운과 양효주의 디자인 스튜디오. 그래픽 작업을 기반으로 2005년 만들어졌다. (http://www.twinpig.com).

송민정 : 여기 보이는 패턴들이 트윈피그의 작업인가요?

양효주 : 네 트윈피그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죠? 더 그래픽적인, 더 도식화된 블랙 앤 화이트의 모노톤 작업들도 있습니다. 저희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 회화 전공이라 드로잉 같은 것도 간간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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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댁에 와보니까 인테리어도 예쁘고, 작품들도 꽤 있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양효주 : 집을 보고 좀 특이하다, 스타일을 알 것 같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신혼집을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저는 집이 그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나이가 들면서 세월이 가면서 시간이 쌓여 ‘나’스럽게 변하는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 고급스러운 아파트는 고치는 돈이 아깝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허름한 주택? 허름하면 비용이 덜 아까울테니까 제 입맛에 맞게 꾸며보고 싶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혼재된 것 같아요. 내추럴한 드로잉도 좋아하지만 그래픽적인 것도 좋고. 그래서 집도 그런 혼재된 분위기의 공간이 된 것 같아요. 지금 집을 보면 급하게 만든 듯한 가벼움이 있어 불만족스럽지만 세월이 가면서 아이템이 섞이고 하면 더 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미정 : 취미나 여가로는 어떤 것들을 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양효주 : 지출로 따지자면, 이전까지는 여행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나 물건을 사오는 걸 되게 좋아했습니다. 여기 있는 조명도 신혼여행 갔을 때 구입을 했어요. 익숙한 디자인이 아니란 점이 마음에 들어서 샀어요. 이런식으로 저만의 취향에 맞는 아이템들을 사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작품을 사실은, ‘내가 좀 더 여유가 있어져야지, 그럼 그때 되어서 좀 누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부쩍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하나하나 모으고싶다, 갖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각적인 드로잉,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옷이 되었든 가방이 되었든, 제가 좋다고 생각해서 값어치를 주는 것들과 비교해보니까 작품 또한 충분히 구매할 수 있겠단 생각이… 그냥 단지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만을 수집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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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집 구석구석을 보면 너무 예쁘고 탐나는 아이템들이 많은데, 이런걸 모으시는 분이다보니 문화에 대한 지출비용도 꽤 클거라는 예상이 들어요. 전반적인 이런 지출은 수입의 몇 퍼센트인지 그중 미술 분야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양효주 :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한 30%? 30~40% 정도? 그보다도 더 적을 때도 있고… 공연비가 한 달 평균 10만원에서 왔다 갔다? 예를 들어 영화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그 정도인 것 같고, 미술품도 그냥 제가 마음에 드는 것에 대해서 액자를 하거나… 그런 것까지 쳤을 때 평균적으로는 그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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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아까 회화를 전공 하셨다고, 그렇다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신 경로는 자연스럽게 미술 전공자들과 비슷했다고 보면 되겠네요?

양효주 : 그렇죠. 그래서 좀 아쉬운게 요즘은 게을러가지고, 졸업을 하고 나니 확실히 전시장을 덜가요. 학부땐 좀 적극적으로 다녔는데, 후배들이나 친구 중 계속 작업하는 애들을 보면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고, 확실히 그러면서 서로 더 공유하고 향유하는거 같은데, 요즘에 저는 좀 그러지 못해 아쉽죠.

송민정 : 오히려 너무 열심히셔서 그런 것 같은….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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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처음으로 작품을 구입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좀 궁금합니다.

양효주 : 처음 구매한 작업이 이미정 작가님 작업….

이미정 : 제 것이 처음인가요?

양효주 : 음, 네.

송, 이, 김 : 우와~ 첫 구매!

양효주 : ㅎㅎ.

송민정 : 이미정 작가님의 작업에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가 구입을 하시게 된 건가요?

양효주 : 네. 대학교 때부터 마음에 들었고, 요즘 평면작업은 잘 못봐서… 기존 도예작업을 보고 되게 좋다고 생각했었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작업을 특별히 열심히 하는 부류의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못가진 부분이라. 자기한테 혹독하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완전 그런 쪽으로는 정반대의 게으름뱅이라서, 그런 요소를 갖고 있는 분을 보면 ‘아, 잘 될 것 같다' 혹은 ‘보기에 너무 좋다’란 생각이 들어요. 뭐 투자로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고 ‘그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다’라는 지점이 저에겐 중요해서. 친구들 중에도 열심히 작업하는 친구가 있고, 그들을 보면 지지하게 되고, 어떤 면에서는 더 지지해주지 못 해서 미안하고… 관심이 저절로 가져지는거죠. 이미정 작가님은 그런 부분에서….

김민경 : 엄청난 서포터!

이미정 : 울 뻔 했잖아요. (일동 웃음).

양효주 : 사진작가 중에 레스라고, 약간 광고사진도 찍으시고 하는.. 그분 사진도 좋아서 구입을 했었는데 지금은 작품이 여기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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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그럼 보통은 작가나 전시, 미술에 대한 정보를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얻으세요?

양효주 : 저는 월간지를 읽고 전시에 갈 때도 있고, 그리고 요즘에는, 물론 네오룩 통해서도 보지만,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갤러리의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거나 작업하는 분들이 페이스북 같은거 많이 하시잖아요. 그걸 통해서 재밌겠다 싶은게 있으면 보러가는 편이에요.

송민정 : 어떤점에선 네오룩 같은 기존의 시스템보다 SNS가 정보가 빠르죠?

양효주 : 네, 훨씬 생동감 있는 것 같아요.

이미정 : 장재민 작가님이 페이스북 버전의 네오룩처럼 굉장히 많은 정보를 올려주시기 때문에.

송민정 : 아 저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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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 작품을 구입하실 때, 본인만의 기준이 있으시다면?

양효주 : 저는 그렇게 컬렉션이 많지도 않고, 기준 그런 건 없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산 것 같아요. 제가 고민을 해봐서 작업을 구매할 수 있겠다 아니겠다, 그만큼 내가 그 작업이 좋다 아니다, 그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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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이미정 작가님이 OCI 미술관에서 개인전 하실 때, 홈페이지의 이미지들을 보다가 구입까지 연결되신 거라고 들었습니다. 보통 구입의 경로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양효주 : 저는 지금까지 보면… 작가분 개인 홈페이지나 포트폴리오 통해서 작업을 전체적으로 보고, 이건 어떻게 되나요, 하는 식으로 여쭤보면서 작업을 구매했던거 같아요.

송민정 : 아, 그럼 그때도 갤러리를 통하지 않고서, 두 분이서 거래가 되신거죠?

이미정 : 원래 효주님이 미술관 쪽에 물어보셨는데, 미술관에서 작가와 직접 연락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진행됐었죠.

송민정 : 그렇게 된거구나. 그럼 혹시 실제 작업을 보시고 구입하셨나요?

양효주 : 네. 보러 갔었죠.

이미정 : 상자에서 꺼내서 이렇게 닦아서…. (일동 웃음).

김민경 : 처음에 먼저 웹에서 작업을 보고, 그 다음에 실물을 보고?

이미정 : 저도 그때 긴장했어요. 실물을 보고 마음에 안들어하시면 어쩌지, 이런..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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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그러면 해외 작가들의 작업을 구입해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양효주 : 그렇진 않아요. 근데 요즘엔 친구들 보니까 구입들을 하더라고요. 해외 옥션 통해서나, 아니면 갤러리에서 보고 연락을 해서 작업실에 가 판화를 구매해 온 친구도 있었고요. 이제 확실히 좀 글로벌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예술을 전공하던 친구들이 다에요. 그래서 확실히 서로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송민정 : 아 왜 이렇게 풍요롭게 느껴지지? (일동 웃음).

양효주 : 전혀 그렇지 않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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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양효주님은 미술을 전공하셨고 주변에 작가분들도 많으시니 그런 경우가 잘 없을 것 같은데, 혹시 아트샵에서 상품을 구입하시면서 작품을 가져가는 느낌을 받았다든가, 이런 적이 있었나요?

양효주 : 오히려 그 질문에 대해 저나 제 주변에선… 그러니까 아트상품이라고 했을 때 정확하게 카테고리를 어디까지로 봐얄지를 지금 모르겠으나, 일단 어떤 시도들이 한 번씩 가미되어 아트상품이 되잖아요. 예를 들어 에코백 같은데 프린트를 하고 티셔츠 만들고 이렇게 했을 때, 그 노력, 접근을 하려는 노력이나 취지는 좋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게 내가 소장을 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좀 서브적인….

송민정 : 평범한 상품처럼 느껴지는 건가요?

양효주 : 홍보의 일부랄까?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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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화제를 바꿔서, 두 분이 작품을 거래하실 때는 어떤 결제 방식을 취하셨나요?

이미정 : 무통장입금으로 한 번에 주셨어요.

송민정 : 와. 이거 되게 실례되는 질문인데.. 작품이 얼마였나요?

이미정 : 한 100만원대….

송민정 : 그렇군요. 작품을 구매하는 주기는 따로 있으신가요?

양효주 : 그때 이후로 1년에 1~2점 산 것 같아서, 주기를 항상 그정도로 해봐야겠다, 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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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최소 얼마부터 최대 얼마까지 구매할 수 있겠다는 기준이 있나요?

양효주 : 지금 입장에서는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최소야 없을 테고, 네.. 최대는 500만원? 그 이상은 생각도 안할 것 같아요….

이미정 : 상한선이 되게 높네요!

양효주 : 그러니까 그 안의 가격대에서 작업이 되게 마음에 든다면 욕심을 내 구매할 수 있겠다 생각해요.

이미정 : 되게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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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작품 구입을 위해서 따로 저축을 하시나요?

양효주 : 따로 모으는 돈은 있어요. 그런데 이게 꼭 미술품이 아니어도 여러 가지 제가 수집하고 싶은 걸 위한? 가구도 될 수 있고 뭐… 지금은 저도 내 취향을 위한 저축의 필요성을 더 느꼈어요 결혼하고 나서.. 약간 좀… 그런거죠, 다른 주머니?

송민정 : 사실 이건 공식적인 질문은 아닌데, 남편분께서 이런 소비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가요?

양효주 : 아 싫어하는 건 전혀 없죠. 그렇지만 관심도 없고? 금액을 안다면… 안했으면 좋겠다고 할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제가 적극적으로 구매한 작업의 의미와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기는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저희는 재정은 각자 관리하거든요. 그걸 가지고 굳이 왜 분란을 만들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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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본인만의 베스트 컬렉션이 있나요?

양효주 : 아직 그렇기에는… 이제 눈을 뜬 입장이라서 베스트 컬렉션까지는 없고, 마음 같아선 집에 조금 더 작업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해요. 이미정 작가님한테 구입한 저 작업도 시리즈로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정도?

이미정 : 어….

김민경 : 잘 들으세요! 열심히 하세요ㅎㅎ.

양효주 : 그리고 저기 계단 올라가는 쪽에 벽이 있는데, 그런 곳에 약간의 소품 혹은 드로잉들이 점점 쌓여가면 좋겠다는 정도?

송민정 : 그렇다면 10월의 굿-즈가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이미정 : 기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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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영상이나 퍼포먼스, 개념미술 같은 작품의 구매를 생각해보신적 있으세요?

양효주 : 그걸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건 국공립기관에서 살 것만 같고ㅎㅎ.

이미정 : ㅎㅎ나라가 사셔야 되는.

송민정 : ㅎㅎ….

이미정 : 울지 마세요 영상 작가님.

양효주 : 이번에 굿-즈에서 그런 작업들을 보여주고, 판매에 접근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하길래, 생각치도 못한 부분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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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작품을 구매하신 후에 만족스러우셨던 점이나 후회하셨던 점은?

양효주 : 딱히 그렇지는 않은데요. 궁금했던 점은 있어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작품을 결제할 때 서로 어색해하면서 막 부끄부끄 이렇잖아요. 룰 같은 것을 전혀 모른채.. 다른 곳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와는 달리 작가분의 가이드라인에 무조건 다 따라야 할 것만 같고, 예를 들어서 세금계산서라든가… 자꾸 보다 보면 ‘여기 이런 패턴이 있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럼 미술작품은 교환이 될까? 그런 룰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까, 그런게 궁금했어요.

이미정 : 음 이미 산 건데 교환이 될까, 라든지.

김민경 : 저 같은 경우는 구매의 경험이 없으니까, 어떤 작업이 팔렸을 때 땐 작업이 구매자를 통해서 다시 자라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송민정 : 원래 다음 질문이 이거였는데, 구매하신 작품이 혹시 질리지 않는지? 질리지 않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그 질문과 바로 연결될 수도 있겠네요.

양효주 : 그래서 약간 그런 것도, 관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작업을 볼 때 무엇에 초점을 두는지. 작업에 따라서 어느 부분의 색감이 좋았다, 아니면 예컨대 ‘작업 안의 어떤 포인트/모티브가 좋았다’고 느꼈을 때 그걸 주시하면서 ‘이 상황에서는 이런 선반 위에 두면 좋겠구나’, 혹은 ‘바깥 현관 어디에 어떤 색의 꽃들과 같이 두면 좋겠구나’ 하면서, 작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 성향이 이런이런 포인트를 좋아하니 다음엔 뭘 사봐야겠다’ 알아가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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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소장하고 계신 작품을 즐기는, 아주 구체적인 본인만의 방법이 있으신 것 같아요. 보관에 특별히 신경쓰시는 부분은 있는지 궁금해요.

양효주 : 확실히 깨지는 작품에 대해선 보관의 고민이 있어요. 작업에 대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어도 깨질까봐, 원하는 만큼 잘 못하겠더라고요. 지금은 작품을 드로잉이나 소품 위주로 구입하고 있는데 만약 페인팅이라면 ‘갑자기 갈라지면 어쩌지?’ 그런 문제도 있겠구나 싶어요.

이미정 : 유화 샀는데 크랙2)이 갑자기 간다든지.

2) 유화처럼 기름을 사용하는 미술품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산화작용으로 작업이 갈라지는 것. 보관법과 기름의 종류, 비율 등에 따라 정도가 달라진다.

김민경 : 그래서 페인팅하는 작가들은 크랙에 대해서 신경을 되게 많이 써요. 서로 작업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더라구요.

이미정 : 그런 면에서 도자기가 참 좋은데, 이게 깨질 위험은 있어도 색깔은 절대 안 변하니까. 그걸 경도는 약한데 강도는 세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요즘은 도예작업을 잘 안하고 있지만….

양효주 : 그렇죠. 그래서 ‘선뜻 사기엔 그런 문제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돼요. 오히려 드로잉 같은 것들은 종이 누래져도 멋으로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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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컬렉터라는 단어의 어감이 아무래도 좀 거창하게 느껴지죠. 그래서 인터뷰를 걱정하신 분도 계셨는데, 혹시 본인이 컬렉터라고 여기고 계신지, 혹은 컬렉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양효주 : 자신을 컬렉터라고 칭하는 부분에 있어선,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그렇게는 생각을 안해봤고. 좀 더 삶의 많은 부분이 컬렉팅으로 매진돼 있는? 일상의 50% 이상이 그쪽에 가있는 분들을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정 : 아무도 없을 것 같아요ㅎㅎ.

양효주 : 약간 그런 생각은 들어요. 제 삶의 모토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창조적인 뭔가를 삶의 요소에서 만들어내고, 그걸 누리고 살고 싶다고. 그렇게 미술을 통해서 창조의 맛과 멋을 알 수 있다는게 저에겐 너무 축복인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삶에 끌어와서 모든 부분이 그럴 수 있다면, 그냥 세월 가는게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모든 사는 것들이나 입는 것, 보는 것, 멋있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거잖아요. 작품에서 그런 요소가 겹칠 때 하나씩 구매하고, 지금까진 충분히 그렇게 살지 못했으니까 이제 그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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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멋진 컬렉터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을 소장하고 계신 입장에선 요즘 전반적인 한국 미술계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좀 어려운 질문이죠?

양효주 : 전반적인 건 잘 모르겠고요. 요즘 후배들 보면, 저는 99학번인데 휴학했다가 뒤늦게 다시 학교를 갔어요. 다닐 마음을 접었었는데 졸업장은 필요하더라고요. 가서 이미정 작가 같은 친구들을 알게 됐는데 너무 시대적인 느낌이 달랐어요. 이들은 정말 힘들고 각박하게 지내는구나, 미술도 경기의 영향을 타는데 이 친구들은 주업으로 작업을 하잖아요. 작업을 생활화한 이 친구들이 되게 감각 있고, 재밌고, 어떤 면에선 순수한 작업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느꼈죠. 근데 불경기라 그런가… (상업화랑이나 다른 갤러리가 아닌) 대안공간풍의 연장에서 양식화, 패턴화된 그런 느낌 있잖아요. 대학때 ‘아, 이제는 이런 많은 것들이 펼쳐지겠구나’ 이렇게 저 혼자 상상했던 이미지들에 비해서, 대부분 작업한다는 친구들이 다양한 곳에 진입하지 못하고 어쩌면 세계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대안공간 근방에서 무리지어 다닐 수밖에 없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민경 : 작업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회의적인게 많죠. 당연히 작업이 팔리지 않을거라 전제하니까 그 형태도… 하지만 이런식으로 내 작업을 공유하고 싶은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작가로서는 더 많이 노력해서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창출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미정 : 공간적인 제약 같기도 해요. 우리가 알고 있던 소위 메이저로의 진입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왜 변방에만 있어야 하는지, 최근 미술계의 신생공간들도 다 사이즈가 작고 전시조건이 열악하다 보니까 거기서 가능한 형태의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예를 들어 조각을 하던 작가들도 다 크기가 비슷해지고. 그 공간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계속 그렇게 닮아가는 부분도 있겠구나 했죠.

양효주 : 그런 것도… 오히려 예전엔 학교에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너는 돈냄새가 풀풀 난다 야!’ 이런 애들이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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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혹시 작품을 구매하는 것 이외에도 본인이 미술씬에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양효주 : 마음은… 있죠. 마음은 있는데. 같이 일하는 친구랑 공동작업으로 전시도 하고 싶고요. 우리가 늦든 안늦든 조용히 한 10점, 20점 정도의 통일감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자… 저희가 일하는 속도를 봤을 때, 한 일 년 정도는 준비해야 우리 스타일의 전시를 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모르죠 어떻게 될지.

송민정 : 나중에라도 꼭 초대를….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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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다음 질문들은 그다지 의미가 없네요. 구입한 작품의 작가와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계신지, 그 작가의 행보에 계속 관심을 두시는지, 어차피 다 해당되시니…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굿-즈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는 작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양효주 : 아까 물어보셨잖아요 아트상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딱 그만큼의 편견들이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쉽게 천가방, 티셔츠에 이미지를 올리고 가는 정도의 느낌에서 나오는 편견들. 사실 생각해보면 작품에 비해서는 더 저렴해질 수 있으니까 그만큼 장점이 분명할거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미술관 아트샵에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예술’로서, 꼭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런 컨셉을 가진 것들이 성황리에 판매되지 않을까요? 그만큼의 돈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가치를 가진 것이니까, 누구라도 사고 싶게 되는? 저는 그런게 많았으면 좋겠다는 정도….

송민정 : 굿-즈는 아트상품이라기보다는 예술품 자체를 파는 행사가 될 것 같아요. 저희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회의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무엇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약 80명 정도의 작가가 참여를 해요. 작품들도 다양할 것 같고.

양효주 : 굿-즈 어디에서 해요?

송민정 :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됩니다. 평수로는 200평 정도인데….

김민경 : 쪼개진 200평이라 생각하시면ㅎㅎ.

양효주 : 80팀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거예요?

김민경 : 진풍경이 될 거라 생각하시면… ‘아트 폐허’ 이런거….

송민정 : 지금까지 작가들과 미팅한 결과물로 봐서는 무척 재밌는 풍경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질문은 여기까입니다.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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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김민경, 송민정, 이미정
사진 : 김익현
편집 : 김민경, 윤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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