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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 자연스럽게 첫 번째 질문으로 시작해 볼게요. 최근엔 어떤 작업을 생각하셨나요?

김범종 : 아, 사실 작업 생각을 많이 못 해서...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퍼포먼스 같은 걸 하려고 했었어요.

이미정 : 진짜요? 원래 퍼포먼스도 하세요?

김범종 : 아뇨. 그냥 처음으로 한번 해보고 싶어 한 건데... 다들 세상 사는데 정신이 없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건 어떤 시간을 순간적으로 그림으로 응축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퍼포먼스를 하려고 했을 때는 그림과 반대로 시간을 상황으로 늘려서 해볼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너무 많이 흐트러졌어요. 사실 그것들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최근에 제가 혼났을 때 주제를 잡았어요.

이미정 : 혼났을 때?

김범종 : ㅎㅎ누군가에게 혼났을 때.

이미정 : 누구한테 혼나본 지 오래된 것 같아요.

김범종 : ㅎㅎ저 정말 잘 혼나거든요. 아르바이트 할 때도 막 혼나고 그래요. 사실 거기 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같은 상태가 되니까요. 그럴 때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뒤집어 지고, 뭔가 시각이 거꾸로 돌아가면서 ‘아, 내가 왜 여기에 와있지?’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런 상황들을 퍼포먼스에 조금 추가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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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 사실 저희가 김범종 작가님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굿-즈 때문에 보내주신 자료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이미지는 많이 봤는데, 어떤 주제나 작업을 하시는지 이미지만 봤을 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김범종 :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긴 합니다만,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했었어요. 아! 이런 얘기 너무 상투적인데… 아 나 진짜 죽겠네ㅎㅎ.

이미정 : 데이비드 호크니의 <다시 그림이다>가 꽂혀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요.

김범종 : 저거 내 책 아니에요! 누가 올려놨어요! (일동 웃음).

김범종 : 제가 겪었던 이미지나 눈으로 봤던 것들을 이미지로 옮기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다고 느껴요. 그런 이미지가 평면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상한 실재감을 얻는 것들이 재미있고요. 그래서 작업을 여러 방향으로 흩뿌리는 방식으로 해온 것 같아요. 한 가지 일관된 주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거 같고, 그냥 그리는 것에 대한 실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그리는지, 그리고 나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대상 사이에 캔버스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드러나는 제 생활의 결 같은 것을 작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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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 제가 본 대표작 이미지를 보면 작업하는 일관된 스타일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종이드로잉 작업을 많이 봤어요.

김범종 : 조그마한 드로잉?

이미정 : (노트북 화면을 보이며) 이런 시리즈들? 제가 느끼기에 아주 형식이 센 거 같아요. 기억했던 것들을 그냥 그리는 게 아니라, 화면 안에서 배치하고 그리는 부분들을 형식적으로 많이 고민한 느낌이 들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일종의 파편 같은 것들이 배치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작업할 때 본인만의 룰이 있거나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 있나요?

김범종 : 어… 이 작업 같은 경우에는 그냥 별로 고민 안 했어요. 허허허. 그림일기를 그리려고 한 거였어요. 처음에는 제가 선들을 축적하는 작업 같은 것을 했어요. 이게 아마 보내드린 포트폴리오 이미지에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그 작업을 꽤 오래 하다 보니까 이런 식으로 어떤 도상, 기호 같은 것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뭘 그리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봤던 것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생활이 너무 한정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주5일을 일하고 퇴근하면 밤이고 집에 와서 작업을 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보는 것이 너무나 적어서, 다들 그러듯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보며 작업을 했어요.

이미정 : 그냥 내키는 이미지로 다 그리신 건가요?

김범종 : 정말로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요. 서른 살 때부터 했으니까 3년 밖에 안 되네요. 저는 순수미술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디자인과를 나왔어요. 이건 좀… 제 살 깎아먹는 얘기지만, 아직 회화나 미술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이미정 :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좋았다는? 그리는 게 너무 좋아서 미술을 하고 계시군요! (일동 웃음).

김범종 : ㅎㅎ그래서 <다시 그림이다> 이런 책을 읽는…. 전에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선을 계속 쌓는 작업을 했어요. 그것도 사실 내가 너무 본 게 없었기 때문에 그릴만 한 게 없다고 느껴서, 그냥 제가 작업실에 보내는 시간이 선에 담긴다고... 아니, 선에 담긴다기보다는 그냥 선을 쌓는 것이 기록처럼 남는 것 같아서 그렇게 그렸어요.

이미정 : 삶의 경험치가 많지 않으니까 오히려 화면 안에서 더 집중하게 되었다는 건가요? 그 안에서 조형성을 즐기면서?

김범종 : 음… 처음에는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삶의 경험이 누구나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사실 다 비슷한데 내가 경험한 것들이 그림을 그릴만큼 소중한 것들인가? 그것이 정말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인가? 이런 것들에 대한 의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요즘 좀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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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판매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미정 : 혹시 작품을 판매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범종 : 판매요? 판매한 적은 없어요ㅎㅎ.

돈선필 : 판매하려고 노력을 해봤다거나 아니면 비슷한 행위나 전시 같은 것을 해보신 적은 없나요?

김범종 : 비슷한 거를 한 번 해 본 적은 있어요. 이태원 쪽에서 조그마한 작업들을 가지고 와서 판매하는.

이미정 : 소품전 같은?

김범종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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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그럼 전에는 디자인 쪽 일을 좀 하시다가 이렇게….

김범종 : 아니요. 디자인 쪽 일을 한 건 아니고, 학교 자체를 늦게 졸업했어요. 스물아홉 때 졸업했는데 디자인 쪽은 못 하겠더라고요. 디자인을 잘 못 하기도 했고 맞지도 않았어요. 어쨌든 돈은 벌어야 하니까 처음에 취업한 곳이 화가 선생님 스튜디오였어요.

이미정 : 아, 진짜요?

김범종 : 29~30살까지는 일러스트를 해보려고 했어요. 근데 그게 안 되고 서른 살 때 미술 작가를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한 번 살다 죽는 인생ㅎㅎ.

이미정 : 그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김범종 : 계기요? 뭐, 좁힐 수 없는 간격이 느껴졌으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거기에서는 하기 어렵다고 해야 하나. 하고 싶은 것들이 뚜렷하진 않았는데 ‘거기서 하던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정 : 작가 선생님들 스튜디오에서 일하면 보통 작업에 대해 회의가 들기 마련인데요.

김범종 : 아, 그런가요?

이미정 : 예. 개인적으로는 그랬었어요.

김범종 : 저는 그 선생님이 정말 좋다고 느꼈던 게, 매일매일 출근하셔서 작업하는 모습이 아주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일반적인 모습이었고, 작가가 돼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을 보여주시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월급도 또박또박 잘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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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 그럼 잠시 화제를 돌려서 아까 말씀하신 소품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요. 판매를 위한 작은 전시를 하셨을 때 성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하고 나서 기분이나 마음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김범종 : 음… 전시를 할 때 캔버스 작업을 사겠다는 분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런데 제가 싸인을 뒤에 안 해놨었어요. 싸인을 안 해봐서… 그래서 그런지 안 사시더라구요.

이미정 : 그럼 그 이후로 싸인을 하시나요?

김범종 : 그 이후로는 하죠ㅎㅎ. 내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느낄 때는 해요.

돈선필 : 그때 좀 기분이 궁금하네요. 자기가 아예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누군가 와서 내 작업을 보고 구매를 하고 싶다고 최소한 의사는 표출하고 갔는데. 싸인 유무 때문에 안 사긴 했지만, 구매 의사를 들었을 때 작업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김범종 : 되게 좀 이상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그랬던 거 같아요.

이미정 : 아쉽진 않았어요?

김범종 : 아쉬운 건 별로 없었어요. 큰 돈도 아니었고. 50호짜리 캔버스를 20만 원에 팔려고 했거든요. 그때 당시만 해도 31, 32살? 이때였어요. 작업을 산다고 전화는 왔는데 싸인 때문에 안 산다고 하니까 내 작업이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약간 쿨한 마음도 좀 있었어요. 그 작업이 왜 좋은 건지도 이유를 듣지도 못했고요. 단지 정말 그 그림을 사고 싶었는데 싸인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중에 오겠다고 했다는데 그냥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 싱거웠던 거 같아요. 하하하. 그냥 쓱 지나가버리는. 그만큼 깊이 있게 작업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거겠죠. 그 정도라고 생각해요.

이미정 : 그 이후로는 판매를 위한 어떤 다른 시도를 한 건 없으신 거죠?

김범종 : 그렇죠. 그런 자리가 많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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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범종님도 작업을 계속하시는데, 작품 활동 시간과 돈을 벌기 위한 노동시간이 분리된 거잖아요. 보통 작업할 때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 있는데 그것들을 노동시간에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거나 관련된 일화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김범종 : 너무 뻔한 이야기 할 거 같은데 허허허. 다 뭐 어렵죠. 돈 얘기는 다 어렵죠….

돈선필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일동 웃음). 우리가 작업은 다 하지만, 작품 판매를 못 하니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잖아요. 각자의 방식으로 돈을 충당하고 있는데 김범종 작가님께서는 지금 어떤 식으로 작업비를 마련하고 계시는지요?

김범종 : 작가 스튜디오에서 주 5일로 일하다가 주 3일로 바꿔 일했어요. 올해 5월까지 일했으니까, 거기에서 총 4년 정도를 일했는데... 주 3일로 일하면 돈이 너무 안돼서 또... 돈보다도 다른 경험을 그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미술계 안쪽의 경험 말고 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서 하던 일을 그만뒀어요. 아무 대책 없...대책이 있긴 있었죠. 위스키 바에서 매니저로 일하려고ㅎㅎ. 그것도 주 6일로ㅎㅎ.

돈선필 : 응?

이미정 : 다른 경험? 원했던 다른 경험이 위스키 바였나요?ㅎㅎ.

김범종 : 약간 사심이 섞여 있죠ㅎㅎ.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밤에 일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고 바텐더 같은 것도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내가 너무 고지식하게 살았던 거 아니냐는 생각도 좀 들고 해서요.

이미정 : 뭔가 갑자기 날라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신 거 같네요.

김범종 : 사실 그동안 안 놀았던 것도 아니에요. 놀긴 놀았는데ㅎㅎ.

이미정 : 그래서 작가 스튜디오 일을 그만두고 위스키 바에서 바텐더로 주6일 일하는 거예요?

김범종 : 네. 근데 너무나 달라서 한 달 만에 그만뒀어요. 그게 제가 스물 중반 정도였으면 위스키 바의 경험을 정말 경험으로 받아들였을 거 같아요. 그런데 서른셋에 이런 아르바이트를 하려니까 혼났을 때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아까 얘기했던 거처럼요. 손님들이 돈을 많이 쓰는 비싼 바에서 매니저로 일했거든요. 여성분들도 옆에 착석하는 토킹바talking_bar라고 하죠. 거기에 회사 중역이나 이사 같은 이런 사람들 와서 추잡한 모습 보이는데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게 미치겠는 거예요.

이미정 : 알고 시작하신 거 아니에요?

김범종 : 알고 갔는데 진짜 눈알이 돌아버릴 거 같았어요. 그런 걸 계속 보니까. 이 사람들의 지질한 아저씨 근성을 계속 보려니까.

이미정 : 그게 그럼 지금으로부터 얼마 정도 전 이예요?

김범종 : 얼마 안 됐죠. 6월이었죠.

이미정 : 6월?

김범종 : 오늘도 일을 하러 가요.

이미정 : 거기를?

김범종 : 네. 격주로 토요일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요. 토요일은 손님이 거의 없거든요. 왜냐하면 강남의 바는 아저씨들이 평일에 법인카드로 거길 오는데,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요.

이미정 : 거기서의 경험이 또 작업의 파편으로 등장합니까? 와인잔?ㅎㅎ.

돈선필 : 설마 그렇게 다이렉트로….

김범종 : ㅎㅎ와인잔을 그릴 수도 있어요. 당구장과 당구공을 그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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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 그래도 김범종 작가님은 작업할 때 돈이 많이 드는 편은 아니죠? 드로잉 재료를 주로 쓰시니까.

김범종 : 돈을 많이 써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경우도 있어요. 드로잉을 하다 보니 작업비용이 많이 안 들기도 했는데, 최근에 스프레이 작업을 하면서 좀 더 돈이 있었으면 다양하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한 번은 목소리 크게 내본 놈이 크게 낸다고… 큰 규모로 작업해봐야 작게도 내고 크게도 내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처럼요.

이미정 : 이번 굿-즈는 작은 조각 같은 거를 내시는 거죠? 재료가 뭔가요.

김범종 : 그건 석고예요. 제 그림에서 시작된 건 데 약간은 좀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게 되었어요. 이 작업은 전에 그렸던 그림 중, 정사각형의 풍경들이 작게 계속해서 나열되는 작업에서부터 출발해요. 그 그림을 그렸을 때 여자친구랑 헤어졌었거든요.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엄청나게 우울한 거예요. 이렇게 우울한 감정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순간 풍경들이 내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그냥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정처 없이 걸으면 외부의 것들이 나한테 침입하지 못하는 기분. 이 때, 그런 내 눈도 내 감정이랑 연결되어 있고, 신체가 감정과 내 생활이랑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떤 연결선 같은 게 있었구나 라고요. 그래서 내가 봤던 것들을 정말로 감정 없이 그냥 그려낸 작품이에요. 그 작업은 제가 걸어가면서 봤던 풍경들이 겉에만 묻어 있다는 느낌을 줬던 거라, 처음에 이 작업을 할 때에는 동그란 석고 공에 그때 본 풍경을 그냥 덧씌우고 싶었어요. 이미지를 드로잉하기도 하고 마블링도 해보긴 했는데 기술적으로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미지를 점묘식으로 남겨보자,란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왜 하다 보니까 어떤 파괴본능이 작용했는지 제가 석고를 막 부수고 있더라고요. 하하하. 사실 더는 처음에 시작했던 그 풍경 작업이 아니게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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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작업도 진행하시고 일도 하시면서 생활을 바꿔보자는 마음에 다른 일도 하시면서 조절을 하고 계시는데, 그런 상황에서 굿-즈를 제안 받으셨잖아요. 처음에 어떻게 소개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판매하는 자리고 작가들이 작품이나 굿즈를 판매한다.’ 정도로 이해하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아, 굿-즈는 이런 거구나 라고 머릿속에 그렸던 게 있을 것 같아요.

김범종 : 아트페어나 아트샵의 중간 정도의 그림을 그렸어요. 처음에 굿-즈라는 게 아트샵의 상품처럼 들렸거든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제가 이해하는 굿-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들을 직접 나서서 얼굴을 드러내놓고 파는 자리?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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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제안은 받을 수 있는데 참여의사는 본인이 결정하잖아요. ‘아, 해봐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도 좀 궁금하네요.

이미정 : 혹시 듣자마자 ‘콜!’ 하셨나요? (일동 웃음).

김범종 : 판매할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없고 제가 경력이 너무 없는 작가라서… 아까 보셨듯이 작품도 많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것이 어떤 것이 되던 ‘위스키 바도 가는데 굿-즈는 못 가겠는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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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적극적으로 ‘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자기는 어차피 판매에 관심도 없고 영원히 멀어진 상태니까 굿-즈를 전시처럼 생각하는 작가도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 참여를 결정하는 작가들의 선택이 궁금해요. 우리도 굿-즈라고 아주 단순하게 시작했는데 이게 안 단순하더라고요. 행사의 부피도 커지고 작품을 ‘판매한다.’라는 게 정말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고… 그래서 이런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작가분들이 이 굿-즈를 어떻게 생각하면서 참여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서 하는 거죠.

이미정 : 이를테면 굿-즈는 행사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점? 혹은 내가 이 행사 5일을 마치면 무엇을 얻어갈 수 있겠다고 예상하는 부분이 있다든지. 그런 게 동력이 되니까요.

김범종 : 작품 판매에 대한 부분은 작가 별로 다를 것 같아요. 굿-즈라고 해서 잘 팔릴지는 모르겠고, 작가의 작품이 어떠냐에 따라서 작가 별로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제 작품만 해도 팔릴지 안 팔릴지는 잘 모르겠고, 작품이지만 조금 더 팔릴 수 있는 형태 작품이라고 그냥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팔릴 수 있는 형태가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조금 조그마한 거여야겠다. 그래서 조그마한 것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김꽃 씨한테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더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취지가 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조그마한 작품을 해야겠다ㅎㅎ. 그런 생각이에요. 굿즈의 포맷과 작품은 작가마다 다를 테니까. 그런데 제가 얻어갈 수 있는 것, 굿즈의 판매에 대한 부분은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사실 잘 모르겠어요. 누가 제 작품을 구매한 적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좋아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젊은 작가들이 이런 행사나 작품의 판매에 대한 갈증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갈증이 ’나 죽을 것 같아.‘ 이런 갈증이 아니라, ‘재미있으니까 한 번 해보자.’라는 파티 같은 느낌? 제가 굿-즈에서 얻어갈 수 있는 건 그런 느낌을 공유하는 경험 인 것 같아요. 참여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느낌을 볼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 뒤의 일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굿-즈가 끝나고 나서는… 물론 잘 됐으면 좋겠지만 아마 바람대로만 되지는 않겠죠? 잘 돼야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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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그러면 이번에, 굿-즈 참여하시면서 아까 말씀하신 ‘작은 작업을 해야 되겠다.’라고 하신 부분이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들과 어떤 연장선에서 연결고리가 잘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지요? 제가 작가 오리엔테이션 때 , 아트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 작업을 확장할 수 있는 걸 하시는 게 제일 좋은 자리가 될 것 같다고 계속 말씀을 드렸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진행 중이신가요? 간단하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범종 : 굿-즈를 통해서 저의 작업이 좀 연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석고 공을 만드는 것도 제가 그렸던 그림에서 나온 아이디어였고요. 아까 전혀 다른 작업이 된 것 같다고 말씀 드렸지만, 사실 계속 선을 긋는다던가, 단순하게 반복하는 행위가 저한테 맞아요. 그런 식으로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성향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거고. 재미있다고 느끼고. 그리고 다른 작업이 또 하나가 있는데, 그거는 선을 자유롭게 긋고 거기에 단어나 그런 것을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는 식의 작업이 있어요.

이미정 : 그 작업이 굿-즈에 나오나요?

김범종 : 아뇨. 그 드로잉을 선들로 느껴지는 사물들로 끄집어내고, 거기에다가 단어 같은 걸 붙이는 작업, 그 드로잉을 입체화시키는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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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 저희가 80명의 작가를 다 인터뷰할 수 없기 때문에 몇 분을 선정할 때, 김꽃씨가 김범종 작가님을 추천했던 이유가 있었어요. 굿-즈가 하나의 계기가 되어서, 작업처럼 굿-즈를 접근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굿-즈라는 개념과 행사를 소개받고 공감이 되어서 뭔가 새로 만들어보시게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작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굿-즈를 듣고 이걸 출품하면 적합할까? 이런 순서였는지 궁금해요.

김범종 : 저는 굿-즈를 생각하고 만든 거에요. 굿-즈 얘기 듣고 나서 조금 더 말씀 드렸던 것처럼, 저는 항상 그림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때 굿-즈라는 계기가 생겨서 그런 생각이 더 생겼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입체물로 작업을 만들어서 동그란 평면에다가 이미지를 얹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이미정 : 최종 출품 굿즈의 포맷이 어떤 건가요? 석고로 만든 구가 다양한 크기로 있는 건가요?

김범종 : 총 세 가지 크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보는 것들은 가장 작은 크기의 것들이에요. 그 작은 크기의 동그란 구들이 석고로 떠질 것 아니에요? 그거를 송곳으로 가운데를 향해서 파는 거죠.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선을 쌓기 위해서 처음 작업하던 거에 먹물이나 연필로 이미지들을 그려보기도 했는데 별로 맘에 들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송곳으로 작게 파내기를 시작했어요.

이미정 : 제목이 있나요?

김범종 : 이건 무제에요.

이미정 : 무제….

김범종 : 말씀 드렸던 것처럼 처음 의도랑은 다르게 돼서… 어제 제목을 보내달라고 해서, 일단 무제로 했는데….

이미정 : 몇 종류나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그건 정하기가 어렵긴 하겠다.

김범종 : 사이즈는 세 개고요. 개수는 처음엔 한 60개 만들려고 했었어요. 근데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ㅎㅎ 한 30개 정도?

돈선필 : 가격은 얼마 정도로 생각하셨어요?

김범종 : 조그만 거는 2만 원, 중간 거는 4만 원, 큰 거는 6만 원.

돈선필 : 큰 것의 사이즈가?

김범종 : 지름이 한 9cm 정도인데, 탱탱볼 사이즈에요. 살 수 있는 가격이 얼마일지 생각했어요. 작가 입장보다는, 살 수 있는 가격을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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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네. 그런 걸 고민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지금 범종 씨 말씀을 들어보니까 작가들이 전시할 때 전시공간에 맞춰서 뭔가를 하는 거잖아요. 작업을 디스플레이할 때 어떤 조건에 맞춰야 하는데, 굿-즈를 그런 공간적인 조건으로 보고 계신 것 같고, 거기에 맞춰서 작업하시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어쨌든 굿-즈에서 판매를 하는 것은 결국 작가의 이윤추구가 목적이죠. 제가 처음에 반지하에서 굿즈g8ds를 시작한 것도 작가들한테 금전적인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반지하 같은 곳에서 프로젝트를 하면 개인 작업할 땐 좋은데, 활동하는 데 도움은 안되거든요. 실질적 활동에는 역시 돈 문제가 많이 얽혀있고요. 왜냐하면, 우리가 작업을 하려면 필요한 돈을 자꾸 다른 노동에서 떼어오는 거잖아요. 그것을 합칠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어요. 굿-즈란걸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도 고민의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업을 3년밖에 안 하셨다고 했지만 어엿한 작가시고, 작가로서 이렇게 생활하면서 고민되는 점이나, 생활 문제라던가,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드는 조건이나 고민이 궁금하네요.

김범종 : 아까 말씀 드렸던, 일자리? 그런 거랑 관련이 있는 건데, 위스키 바 일 그만두고 다른 일을 또 하고 있어요. 다행히 그건 미술 관련 일이에요. 그래서 작업이 가장 고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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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시간문제는 그럼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김범종 : 아유, 시간 나눠서 써야죠ㅎㅎ. 그건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어쩔 수가 없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을 참 ‘잘’ 써야 하는 것 같아요. 작업도 어떻게 보면 노동이잖아요. 단순히 노동에만 쓰는 것보다도 좀 더 많은 것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내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죠.

이미정 : 물리적인 조건이나 상태보다는, 본인의 마음가짐인가요?

김범종 : 그거는 뭐 바꿀 수가 없어서… 고민한다는 것은 '로또 맞아야지!' 라는 생각과 비슷한 것 같아요. ㅎㅎ. 저도 고민 많이 했는데, 취업을 할 수는 없었어요. 아르바이트 아니면 취업인데, 주5일 똑같이 일해야 하는데도 아르바이트는 취업보다 돈이 안 되고. 그거는 그냥 핑퐁이거든요.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돈선필 : 제 경우를 말씀 드리면, 제일 힘든 건 ‘계정 분할’ 같은 건데….

김범종 : 어떤 계정이요?

돈선필 : 계정은 약간 비유 같은 거예요. ‘자기가 뭘 하는 사람이다.’라고 인식할 때 생기는 문제 있잖아요. 정체성 같은 문제. 작업한다고 작가라고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제대로 된 개인전 한 번 하지 못했고, 작업도 뭔가 엄청난 시간을 쏟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또, 일은 하고 있지만 그 일을 하는 직업인이라고 하기엔 모호하고, 아르바이트만 계속하는 거죠. 여러 가지 역할은 있지만 이게 전부 심도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난 내가 뭘 하는 사람이지? 이럴 때가 가장 좀 힘들어요. 아무래도 작업과 어떤 노동, 다른 시간을 분리 하다 보면 이건 필연적으로 작가들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인 것 같아요. 모두들 다 있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범종 : 저도 그런 것에 대해서 너무 심하게 고민을 해서, 그게 답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돈선필 : 노답!

이미정 : 노답!

김범종 : 분명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당연히 있죠. 그런데 ‘힘들다고 해서 작업을 안 할 거냐?’라면 다른 것 같아요. 결국에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내가 작업을 하려면 하고, 안 하려면 안 하고. 어차피 그냥 살아가는 데 작가이건 아니건 상관없는 것 같아요. 작업 말고는 내가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른 것들은 못하겠어요. ㅎㅎ. 작업할 때도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굉장히 많이 들지만, 그래도 가장 작고 진지하게 하는 반항 같아요. 나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반항. 작업을 안 하려고도 정말로 수백 번을 생각을 했지만, 정말 내가 안 한다? 그리고 내 삶이 펼쳐진다? 상상해보면 아… 진짜 너무나 재미없는… 뻔한 스토리가 흘러가게 되잖아요.

이미정 : 조금 재미있고 아주 고된…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ㅎㅎ. (일동 웃음).

김범종 :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지 조금 더 뾰족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원래 그렇잖아요. 중고등학교 때 불량한 애들, 알고 보면 집안 사정 어렵고 그런 애들 많잖아요. 그런 애들은 항상 예민해 있는 상태거든요. 누가 툭 건드리면 막 욕하고. 좀 그런 시기가 있는 거 같아요. 분명 너무 어렵겠지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어요. 이게 나한테 좋은 거다, 좋은 거다 하면서ㅎㅎ.

이미정 :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김영하 팟캐스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어떤 에피소드에서 김영하가 하는 말이, 소설가들이 처음 소설 쓰기 시작하면 한 3~5년 동안 소설을 엄청나게 많이 쓴다는 거예요.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많이 쓰고 너무 행복하고 몰입되어 있다가 조금 시기가 지나면, 한 권 쓰기가 정말 어려워진다는 거죠. 많이 망설여지고 걸리는 게 많고. 그래서 작가님 얘기를 듣는데, 그 이야기가 딱 떠올랐어요.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셨다고 했는데, 그래서 뭔가 완전히 사랑에 빠져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많-이. 그리고 이것저것 해보고, 애초에 뭔가를 바라거나 욕심이 있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거침없이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고 작업을 즐기고 있는 느낌?

김범종 : 사실 그 부분도 맞는 것 같고요

이미정 : 저는 점점 어려워져서ㅎㅎ.

돈선필 : 한국은 좀 빨리빨리 돌아가니까, 작가를 하려 해도 20대 후반부터 뭘 이뤄서, 삼십 대에는 왕성한 작가활동… 이런 게 평균처럼 되어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삼십 대 중반부터 작가활동을 하려는 분이 있어요. 작업은 둘째 치더라도, 작업하겠다 마음 먹은 태도가 더 결단력 있어 보여요. ‘나한테 필요한 거는 이것밖에 없구나!’라는 단호한 결단 같은 게 있는데, 미술을 전공하고 20대부터 계속한 사람들은 갈등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네요. 범종 씨한테는 결단력 같은 게 보여요. ‘내가 좋아하는 게 이것밖에 안 남았구나!’라는 그런 사실을 본인이 확실하게 알고 계시고, 거기에 대한 확신, 믿음도 갖고 있어서 좀 고무적입니다.

김범종 : 저도 선필 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미술계라는 것도 있잖아요. 그 안에서 저는 서른에 시작했고 나 나름대로 입시 미술도 하고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성장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멀리, 오랫동안 평생 작업하려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아까 제가 말씀 드렸던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굉장히 어렵다고 스스로 느끼기도 해요. 작업이 좋아 봤자 얼마나 좋고, 나빠 봤자 얼마나 나쁘겠어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흐름을 자기가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작업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한다면 그 작업이 자기가 만든 흐름에 흡수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서 예술성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조금은 고답적인 얘기일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해야 한다는 생각을 어렵지만 밥 먹듯이 하고 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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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 일단 저희가 공통으로 준비한 질문은 다 드린 것 같아요.

이미정 : 음… 괜찮은 것 같은데요? 이것으로 마무리할까요?

돈선필 : 이만… 타이핑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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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돈선필, 이미정
편집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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