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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 : 간단한 자기소개 한번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괄호 (정명우) : 저는 정명우고요. 지금은 ‘괄호’라는 팀을 박수민 씨와 함께하고 있고요. 그리고 개인 작업으로 가벽 설치라던가 작가들의 어시스던트를 대학교서부터 계속 해왔는데 이런 부분들을 작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하며 작업을 했어요. 괄호라는 팀도 수민이와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괄호 (박수민) : 저는 괄호의 박수민이구요. 타자를 대하는 태도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데요, 제 자신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되어주는 작업이에요.

김영수 : 웰빙이네요. (일동 웃음).

괄호 (박수민) : 그리고 정명우랑 ‘괄호’를 하면서 가벽을 만들거나 가구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하는데, 일이기도 하고 작업이기도 해요. 버려진 것들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거나 가구를 만드는 일은 제가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느꼈던 것과 타자에 대한 생각 사이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문보람 : 저는 문보람이고 퍼포먼스하고 있고요. 저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전시공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공간의 기본재료였던 판넬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 공간의 성격 같은 것을 체험해서 퍼포먼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김예지 : 저는 원래 페인팅을 했는데, 페인팅 말고 다른 재료를 써보려던 차에 문보람 작가가 무대장치 같은 것을 같이 연구해보자고 해서… 페인팅에서 했던 거 보다 조금 더 현실세계의 것을 해보고 싶어서 시도하고 있는 중이에요. 안으로 공간이 쑥 들어가는 그림이 아니라, 페인팅이랑 다른 오브제랑 같이 있을 때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면 페인팅이랑 오브제랑 같이 있는, 공간에서 씬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어요. 전시를 하면 디스플레이를 하게 되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시간 말고 오브제처럼 놔보고 하면서 맞는 자리를 찾아주는 시간도 있잖아요. 또 전시장에 온 사람들은 분위기 전체를 느끼고 가고, 그런 걸 생각하다 보니 무대장치 같은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문보람 작가가 하는 퍼포먼스와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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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 : 굿-즈에 함께 참여하는데, 어떤 팀인지 혹은 어떤 생각으로 함께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괄호 (박수민) : 처음에는 어떤 사람이 와도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해서 괄호라는 이름을 썼고요, 현재는 그 공간이 증발하고 괄호라는 팀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었던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져서 지금은 둘이 팀의 형태로 지내고 있는데, 이번에 굿-즈에 참여하면서 김예지 작가랑 문보람 작가를 투입해 콜라보 형식의 팀이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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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먼저 공동 질문입니다. 작품을 팔기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하는지, 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에 관한 질문인데요, 사실 괄호는 어떻게 보면 작업을 위해 모였다기보다는 일하려고 모인 팀에 가깝잖아요. 어떻게, 다른 작가들보단 노력하고 있나요?

괄호 (박수민) : 그렇죠.

괄호 (정명우) : 그렇죠. 돈을 벌어야 하니깐.

김영수 : 괄호는 설치 말고 가구 공방은 하고 있는 건가요?

괄호 (정명우) : 공방은 이제 결과물들이 조금씩 나오는 단계인데요. 버려진 것들을 가구 형태로 생산하고 있어요. 아직은 넘어야 될 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들 작업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그 예로 인터뷰어이신 김영수 작가가 실크스크린을 가지고 오셔서 한 번 찍고 “야 이거 실크 막혔다!” 하면서 버리고 갔는데, 그 자체가 예쁘기도 하고 심지어 작가의 허물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버리고 간 물건으로 가구를 만들고 있어요. 허물을 보면서 무엇이 있었는지를 유추하듯, 그런 게 모였을 때 우리의 색깔도 만들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을 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굿-즈에도 그런 맥락으로 참여하려 해요.

김꽃 : 어떻게 보면 판매에 대한 고민을 가구를 만드는 쪽으로 풀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김영수 : 설치 일은 많이 해서 기반을 다지고, 이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은데, 판매가 이뤄진 적 있어요?

괄호 (박수민) : 굿-즈에서 팔아 보려고요. (일동 웃음).

김영수 : 괄호의 가구 말고 개인 작업을 판매해본 경험은요?

괄호 (박수민) : 없습니다. 영상을 전공하는데 어렵습니다! (일동 웃음). 사실 고백하자면 고민 안해봐서. 영상판매는 거의 제로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해서. 고민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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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 : 문보람, 김예지 두 분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데 퍼포먼스는 특히나 물성이 없고 판매 방법이 공연의 형식밖에 없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하거나 혹은 수익을 위한 활동을 해본 적이 있나요?

문보람 : 퍼포먼스라는 것이 물질감은 없으니깐 이걸 어떻게 팔 수 있는지 고민이 되는데, 퍼포먼스를 할 때 많은 사람의 손이 가잖아요. 그러니깐 지금처럼 콜라보레이션으로 했을 때 우선 수익이 나면 어떻게 분배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퍼포먼스를 판다고 하면 가장 쉽게 생각하는게 티겟을 판매하는 건데, 미술관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 돈을 내고 봤던 경험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럼 퍼포먼스 작가는 뭘 하고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싶고. 세트를 팔게 되면 세트를 팔았으니깐 퍼포먼스 작가가 아니라 오브제 만드는 사람이냐는 질문도 생겨요. 연극이 판매될 때는 극본을 팔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미술이라서 극본이 글로 탄생하고 시각화되는건 아닌 것 같아서 비디오를 팔아야 하나 사운드를 팔아야 하나 너무 많은 고민이 있어요.

김영수 : 고민은 많이 들었으니, 이번 굿-즈에서는 어떻게 판매를 하실 생각이에요?

문보람 : 퍼포먼스의 세트를 팔게 될 탠데 그걸 또 누구 이름으로 팔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또 퍼포먼스 할 때의 나래이션이나 추가적인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권리를 티켓처럼 구입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관람객이 권리를 구매하면 퍼포먼스 전체를 볼 수 있게 되는 거고 아니더라도 움직임으로 인한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에디션 두 개가 동시에 생기는 거죠.

김예지 : 저는 아트페어도 많이 나갔어요. 어릴 때 ‘팔면 좋기라도 하지’ 생각해서 호텔에서 하는 아트페어도 반대를 무릅쓰고 나갔는데 안 사더라고요. 아무도 안 사더라고요. 나간 것도 창피하니까 팔리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진짜 안 팔리고, 그때 판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작업의 좋고 나쁨과 별개로 아트페어를 돌면 안 좋게 보는 주변의 동료들이 있더라고요.

김영수 : 동료들이 왜 안 좋게 보나요?

김예지 : 동료보단 선생님들이나… 장려하지 않죠. 그리고 동네가 다르잖아요. 팔리는 동네가 있고 공부하는 동네가 있잖아요. (일동 웃음). 갤러리에서 왜 나를 지목했는지 모르겠어요.

김꽃 : 작품을 사고파는 건 작품에 있지 않고 시스템에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이상했다는 이야기죠?

김예지 : 네. 그리고 예를 들면, 가격도 이 작업이 좋아서 비싼 게 아니라 어디어디를 거쳐 왔기 때문에 비싸고 그런 거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호텔 아트페어에 안 가봤을면 몰랐을 텐데, 가보고 창피도 느껴보니깐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어떻게 팔고 어떻게 해야 동네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그렇게 될까.

김영수 : UN이시구나. (일동 웃음). 그래서 어떻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니, 요새 판매를 생각하긴 해요?

김예지 : 판매 엄청나게 생각하죠. 엄청 엄청… 저는 요새 힙스터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는데ㅎㅎ. 미술하는 사람들이 힙스터들의 취향을 욕하는거 같은거요… 소비 미감이고 너무 과시용 미감이고 미적 허세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저는 사실 굿-즈에 그런 취향들이 모일 거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중한테 영합하는 것도 무섭고 비평에 영합하는 것도 무서운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시각언어를 한정시킨다는 지점에서 자기들끼리만 같은 말을 계속하게 되는거죠. 굿-즈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김꽃 : 우리가 작업을 소비할 대상들을 유치하다고 하면서 무시할 게 아니라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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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작업비가 많이 드는지? 어떻게 충당하는지? 괄호부터 말씀해주세요.

괄호 (정명우) : 괄호에서 하는 작업은 폐자재이기 때문에 자재가 워낙 많이 쌓여있어서 문제고. 개인 작업으로 제작하는 오브제 또한 거의 폐자재를 쓰죠. 자재를 보고 나서 어떤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작업을 해야 되니깐 어떤 자재를 산다는 생각은 안 하죠

김영수 : 문보람 작가님은요?

문보람 : 저는 어시스턴트를 많이 했고요. 그런 방식으로 충당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시하면 좋은 점이, 끝나고 여러 가지 안 쓰는 기계라든지 재료가 떨어져요. 작업비보다는 공간 부담이 커요. 개인 작업실을 구하는 돈에 대한 부담감이요. 그래서 지금은 없어요.

김꽃 : 굉장히 슬픈 얘기네요. (일동 웃음). 작업실을 개인이 충당하기는 쉽지 않죠. 예지님은?

김예지 : 저는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창피한 건데. 중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꽃 : 어떤 부분에서 창피한가요?

김예지 : 미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기술을 가르친다고 해야 하나. 제 선생님께서도 매우 싫어하셨어요. 제가 입시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거에 대해서. ‘파는 동네’에 가는 것도 창피해 하셨던 것처럼.

김영수 : 미술하는 사람으로서 영리를 취할 때 뭔가 창피한 부분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럼 굿-즈는 어때요? 굿-즈도 돈 벌자고 하는 건데 어떤 것 같아요? 창피해요?ㅎㅎ.

김예지 : 저 심지어 아시아프ASYAF도 나갔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어느 갤러리에서 전시했고, 뭐 했고, 하면서 뭔가 팔릴 수 있는 상태로 나를 오해하게 만들어야 팔리는 것, 그 시스템에 내가 동조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거죠. 근데 굿-즈는 시스템에 동조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거 같아서 신뢰가 갔고, 고민하는 자리를 만든 것 만으로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팔리면 좋지만,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서 오해받지 않고 창피하지 않고 영리를 취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좋았어요.

괄호 (정명우) : 작년부터 계속 고민했던 거 중에 하난데, 작가가 생각하는 작업의 트랙이라는 게 굉장히 좁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작가는 단순히 작업을 만들고 그것을 전시하는 것만이 하나의 트랙인 것 같아요. 그런데 ‘더 크게 트랙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전시되고 판매, 유통되면서 도는 어떤 형태, 모든 것들이 작업으로써의 큰 트랙을 그렸으면 좋겠다’라는 희망 사항이 생겼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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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박수민) : 작가라는 직업군이 비정규직의 삶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아니면 ‘우리는 돈 말고 어떤 거를 가지고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답은 ‘리스펙트’인 것 같아요. 최소한 존중해주면 되는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런 존중이 없어서 짜증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김꽃 : ㅎㅎ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측정해주는 값어치가 명예냐 돈이냐 이런 문제도 있지만, 직업군에 관련한 문제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미술관에서 작가/디자이너로 부르는 것인지, 하루 노동력으로 부르는지에 따라 내가 예술가가 될 수도 있고 단순히 비정규 일용직이 될 수도 있는 지점이네요. 그렇다면 괄호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직업 영역은 공간 디자이너? 혹은 설치 인부?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괄호 (정명우) : 사실은 저희는 좀 애매한 게 좋아요. ㅎㅎ ‘직업군이 확실한 게 과연 좋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거든요. 왜냐면 역할 가르기를 하면서 관계들이 딱딱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계약상으로 봤을 때 하는 일이 인부면 저희가 공간에 관해서 얘기를 할 게 아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작가라는 직업이 겹쳐있으니까 그쪽에서는 같이 진행을 하고 싶어 하죠.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 교류도 할 수 있고, 그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애매한 게 좀 더 좋은 것 같아요.

괄호 (박수민) : 저는 달라요. 부수적인 차원에서 팁tip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니까 전시를 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에서 저희가 작가보다 나을 수 있으므로 조언을 하고 팁은 가능한데, 일은 일이니까 저희가 할 수 있는 할당량만큼 하는 게 저는 좋다고 생각을 하죠. 그래야 뼈와 살을 안 깎아 먹으면서 다른 관계들 안에서도 깔끔하지 않겠는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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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요즘 하는 다른 고민들은 어떤 건가요?

괄호 (박수민) : 저는 괄호에서 하는 가구 디자인+제작이 본업인 것 같고 개인적인 작업은 부업인 것 같은데, 저울질하는 느낌이거든요. 이걸 같이 합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아요. 굿-즈에서 지향하는 것처럼 내 작업을 판매하면서 생계까지 책임지면 정말 좋은데,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생활 안에서 돈 버는 행위와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어떻게 하면 수평을 맞출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김예지 : 요즘 너무 볼거리가 많잖아요. 인스타그램만 봐도 엄청나게 예쁜 이미지들이 넘쳐나고 온종일 보고 있어도 행복한데, 굳이 전시장에서 뭘 볼 필요가 있나.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쉽게 가질 수 있고 온스타일에서 예쁜 옷, 예쁜 가방 맨날 나오고, 이런 것들이 점점 빨라지고 이미지는 그만큼 빨리 소비되고… 이런 상황에서 ‘미술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페인팅은 전통적인 매체잖아요. 어쨌든 환경이 바뀌니까… 순수한(?) 페인팅도 중요한 가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중이라서.

김영수 : 대중 매체에서 접하는 이미지가 전시장에서 미술이라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른 거죠. 그래서 페인팅하는 본인이 그걸 따라갈 수 없는 시차를 계속 느끼고 있는 거잖아요?내가 누워서 인스타그램을 보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에서 벌써 시차가 나잖아요. 그런 고민이 젊은 미디어와 늙은 미디어로 단순하게 나뉘는 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런 것을 더 풀어서 이야기해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정말 매체의 문제인지 갑자기 궁금해서.

문보람 : 음 (매체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김영수 : 그렇죠? 퍼포먼스하는 분도 느끼고 있을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그러면 시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상관없나요? 대중 매체는 원래 빠르고 나는 원래 느리니까 자신의 템포로 진행하면 되는 일일까요?

김예지 :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요? 솔직히, 진짜 솔찍히, 지인짜 솔찍히 진짜!!! 양심에 손을 얹고, 전시장가서 전시 보는 것보다 영화관 가서 <어벤저스>가 막 때려 부수는 거 보는 게 재밌지. 물론 그것에는 서로 다른 즐거움이 있겠지만….

김꽃 : 축약해서 말하면 미술이 예전에는 스펙터클을 가진 매체였고 그런 환경을 제공했었는데, 이제 더는 그것이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매체나 이런 것들에서 충족받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작업을 할 때 고민하게 된다고 말씀하시는 거네요.

김영수 : 스펙터클보다도 거기서 느껴지는 시차가 더 문제이지 않을까요? 현실의 속도가 빠르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김예지 작가님은 현실의 속도, 내가 사는 타임라인이랑 작업의 타임라인이 안맞는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이게 매체의 문제는 아니라시니 보람님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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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람 : 네. 이건 다른 얘기이기도 한데, 저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좋은, 재밌는 퍼포먼스를 많이 못 봤다고 해야 하나… 왜냐면 퍼포먼스의 ‘쪼’가 너무 즐비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영수 : 잠시만요. ‘쪼’가 뭔지 설명 부탁드려요.

문보람 : 말투, 화법 그런 거? 어쨌든, ‘쪼’가 즐비해서 재미 없을 때가 많단 말이에요. 내가 언젠가 한 번 본 것만 같은 느낌 있잖아요. 미술관에 갔을 때 보는 게 국한되어 있고, 계속 봐왔던 것들만 즐비해 있다는 느낌. 무서운 사실은 ‘쪼’가 없는 순간 사람들이 쉽게 얘기를 할 수 없으니까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무슨 말이냐면, 비슷한 쪼를 가진 것을 계속 보게 되면 좋은 점은, 사람들이 전에 봤던 어떤 것과의 맥락에서 얘기하기가 쉽다는 거죠. 그래서 퍼포먼스를 보고서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비슷한 ‘쪼’를 가진 것을 더듬어서 그 의미를 추론할 수 있죠. 그게 없으면 그것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 온갖 시간을 써야하고… 근데 저는 그것을 답습하고 싶지는 않아요.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경계하면서 살 수 있겠냐는 걱정과 고민을 해요.

김영수 : 요즘의 고민들에 대해, 괄호에서는 더 해주실 이야기가 있나요?

괄호 (정명우) : 전시를 보고 나서 사람들끼리 얘기를 나누잖아요. 무엇이 좋다는 이야기보다 무엇이 안좋다는 얘기를 하는 자리가 많은 것 같아요. 그니깐, 계속 걔는 누구꺼(랑 똑같아), 걔는 완전히 누구꺼(랑 똑같아) 라고 말하는 자리들이 좀 지쳐요. 하지만 정작 자기에 관해서는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 시각언어는 계속 돌고,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쪼’들이 반복되고. 뭐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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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무거운 마음을 안고 다음 질문으로. 그렇다면 굿-즈 참여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기획팀과 거듭 미팅을 진행하며 생각이 처음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네요.

괄호 (정명우) : 판매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제안을 받고 굉장히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어요. 작가들은 판매에 대해서 왜 고민하지 않을까, 우리도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에 대한 얘기도 있었고. 지원금을 타서 그걸로 공회전하는 것 보다는 작가 스스로가 어떤 경제력을 가지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미래에 대해 상상해보고 싶었어요. 굿-즈를 통해 많은 작가들이 실질적인 고민을 가시화하는 것이 좋았고, 그래서 재밌는 작업들이 쏟아져 나올 거라 기대합니다.

괄호 (박수민) : 굿즈goods라는 개념을 응용한 좋은 운동이다, 미술계 안에서의 솔직한 운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게 반가웠어요.

문보람 : 굿-즈를 처음 들었을 때 뭘 파는 건가가 제일 궁금했거든요? 퍼포먼스나 (뉴)미디어 같은 것을 어떻게 팔지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그냥 작업 가져와도 되는 거다, 아트상품 같은 걸 가져오겠다, 이런 작가님들도 계셨고… 어쨌든 오픈된 상태에서 이렇게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거죠. 시작하게 된 다음에는 아까 이야기한 저작권이나 수익을 나누는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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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꽃 : 준비의 과정에서 변화된 생각들 혹은 기존에 했던 작업의 방식에 뭔가 차이가 생겨서 생각이 더 바뀌게 됐다든가, 하는 얘기가 있으면 해주세요.

괄호 (정명우) : 문보람 작가가 협업 이야기를 할 때 <살롱 드 백드롭>이라는 한 마디로 플랫폼의 형태를 제안했어요. 2010년에 했던 작업에서 사용된 가구들을 리폼하는 겁니다. 관객들이 쉬는 장소로도 좋지만, 무대장치처럼 활용하는 쪽도 고려 중입니다.

문보람 :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른 작가도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산발적으로 퍼포먼스나 워크숍이나 그런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김꽃 : 아까 말씀하셨던 여러 가지 고민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것들을 여기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 같은데 자체의 세트를 판매하실 생각은 있으신지?

문보람 : ㅎㅎ네. ‘사장님이 미쳤어요’, ‘다 판다!’ 이런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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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어떻게 같이 뭉치게 됐는지, 플랫폼이라는걸 어떻게 생각하게 됐는지, 또 거기서 각자 위치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문보람 : 혼자 뭘 팔겠다고 생각을 하기엔 일단 부담이었고, 조금 전에 얘기했던 고민들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굿-즈라는 게 수익성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일을 (협업을) 했을 때 수익의 문제에 대한 실험. 일단 괄호랑은 바로 직전에 작업을 같이 했었고. 그리고 김예지 작가에게도 이 기회가 요긴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오브제 만드신게 누가 봐도 사고 싶게 생겼거든요. 또 첫 번째 퍼포먼스의 협업자였고 <살롱 드 백드롭>을 같이 했다는 인연도 있습니다. 퍼포먼스로 고민했던 것들을 김예지 작가님과 나누며 많이 해결한 경험이 있어요. 김예지 작가님의 오브제가 한 편으로는 무대장치 같은 기능을 하는데 사이즈가 커지면 여기(괄호)서 도와줄 수도 있겠고. 잘 맞아 떨어져서 ‘유레카!’ 라고 했죠.

김영수 : 김예지 작가 입장에서는 어땠어요?

김예지 : 원래 인형극을 생각했어요. 문보람 작가님과 작업하면 인형극이 휴먼스케일로 커지면서 소재도 다른 걸 쓰게 되고, 인형도 단지 귀여운게 아니게 돼요. 또, 극은 내러티브가 있어야 장면을 만드는데 어느 장면에서 온 건지, 어떤 스토리에서 온 건지 모르겠는 랜덤한 장면 같은 걸 함께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영수 : 플랫폼을 만드는 괄호 입장을 듣고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괄호의 제안도 아니고, 역으로 제안이 들어와서 이런 걸 하게 됐는데, 정리해보자면 어떤가요?

괄호 (박수민) : 반듯한 가벽들 있잖아요. 그런 것을 만드는 일을 했고 가벽이라는 걸 고민해야 되는 시기였어요. 왜 가벽은 하얗고 회색이거나 검은색인가. 소재는 왜 MDF여야 하나, 석고여야 하나, 이런 것까지. 벽이라는 게 들러리잖아요,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인데 그걸 작업으로 들고 오면 어떨까 했어요. 그러면서 예지님 작업이 커져서 가벽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병풍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무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가벽일 수도 있는, 그런 무언가가 된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괄호라는 팀이 투입되면서 (살롱 드 백드롭의) 가구가 또 어떻게 변할까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이로써 그간 만들어오던 플랫한 가벽 이외의 다른 욕망을 분출시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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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김꽃, 김영수
편집 : 김가연,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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